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문제와 무역 갈등을 의제로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태평양 도서국들이 강대국 간의 긴장 고조가 자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괌을 비롯한 미크로네시아 지역 지도자들과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괌에서 열린 ‘미크로네시아 안보 대화’를 통해 미·중 갈등이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자신들의 뒷마당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로버트 언더우드 태평양 도서 안보 센터(PCIS) 의장은 과거 중국을 ‘점진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공동 초강대국’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괌, 팔라우, 미크로네시아 연방 등 도서국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지역이 더 이상 강대국 경쟁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지에 놓여있음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사실상 중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그랜드 바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이 ‘충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보니 린 CSIS 중국 파워 프로젝트 국장은 중국이 대만을 가장 중요한 양자 문제로 여기고 있으며,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양국 간의 전략적 안정성 합의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 “9,500마일 떨어진 곳에서 전쟁이 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아, 대만 측에 불안감을 안겨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회담에 동행한 미국 대표단의 구성도 도서국 전문가들의 우려를 샀다. 외교관이나 안보 전문가 대신 일론 머스크, 팀 쿡 등 기업인과 측근들 위주로 꾸려진 대표단은 미국의 정체성을 대변하기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인상을 주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언더우드 의장은 이러한 대표단 구성이 미국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강대국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독자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마르코 드 종 박사는 기존의 다자주의적 외교 방식이 강대국들의 독단적인 행보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며, 심해 채굴이나 해상 드론 문제 등에서 태평양 국가들이 연대해 주권을 방어하는 ‘방벽 산호초(barrier reef)’ 전략을 제안했다. 특히 군사적 목적의 해상 드론이 도서국의 동의 없이 감시망에 편입되는 상황에 대한 경계심도 높였다.
제임스 크랩트리 전략가는 괌이 제2 도서선으로서 미군의 핵심적인 군사력 투사 거점이자 안보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대국 간의 갈등 속에서 태평양 도서국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안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방어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태평양 도서국들은 자체적인 안보 위원회 구성을 검토하는 등 강대국의 결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원본기사: 마리아나 버라이어티 – Islanders seek say in Pacific security after Beijing sum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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