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앵커리지에 거주하며, 나머지 인주들은 수 시간 동안 차를 몰아도 사람을 보기 힘들 정도로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앵커리지에서 남쪽으로 고속도로를 따라 쿡 인렛을 끼고 내려가다 보면 케나이 반도를 지나 ‘도로의 끝’을 자처하는 작은 마을 호머에 다다르게 됩니다. 호머 스핏의 수변에서 도로가 끊어지기 때문에 이 마을은 지나쳐 가는 곳이 아니라 오직 목적지를 두고 찾아가야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현대 문명의 흔적은 맥도날드, 영화관, 거리의 구걸하는 사람 정도로 드뭅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이들은 마치 1950년대나 185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마땅한 대규모 산업이 없어 주민들은 주로 소규모 일자리에 종사하며, 가장 수입이 좋은 직업은 치가와 게를 잡는 어업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전만큼 수익성이 높지 않아 어획되는 치의 크기는 과거 아버지 세대보다 작아졌고 게의 개체 수도 줄어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해산물 요리를 판매하고 있으며, 거리 곳곳에는 어부들이 잡은 생선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작은 나무 오두막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북극권에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주민들은 겨울의 긴 밤과 여름의 긴 낮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한밤중에도 구름 낀 한낮처럼 밝은 날씨 속에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이곳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입니다. 긴 겨울을 버텨야 하기에 이들은 단 3개월의 여름 동안 1년 치 활동을 모두 소화해야 하며, 9월이 되면 이미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내려 모두가 겨울잠에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호머를 기묘하게 유지하자’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이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이는 고립된 공동체의 독특한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주택의 다락방에서 배를 건조한 뒤 지붕에 구멍을 뚫고 거대한 미끄럼틀을 통해 바다로 진수하는 방식이 이들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왜’ 하는지 이해하기보다 ‘어떻게’ 하는지 받아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현관문에 회색곰의 발자국 흔적이 남는 집들이 흔한 태평양 연안의 마을처럼, 호머 역시 한 번쯤 방문할 가치는 충분하지만 영원히 살아가기에는 독특한 여운을 남기는 곳입니다.
원본기사: 마리아나 버라이어티 – The road ends in Homer, Ala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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